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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설법(陳設法)-한국민속 대백과 사전

▣역사

예기禮記』에 식사를 올릴 때 음식을 놓는 자리를 지정한 것을 보면 이미 당시부터 상차림에 대한 기본원칙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각종 예서禮書에서는 기본적으로 제사 상차림을 그림으로 제시하여 왔다.

내용

상차림의 기본은 고위와 비위를 함께 차리는 합설合設을 할 때 하나의 탁자를 쓰는 공탁共卓인가, 아니면 각각 별도의 상을 사용하는 각탁各卓인가로 나뉜다. 각탁일 때에는 단설單設처럼 문제가 없다. 그러나 공탁일 때에는 일위一位 분량의 제물을 차리고 양위兩位 분량의 잔과 메・갱을 따로 차리거나, 각탁처럼 양위 분량의 제물을 각각 차리는 방법이 있다.

진설陳設의 원칙은 4열 혹은 5열로 나누어 제물을 차리는 것이다.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 「대부사서인시향大夫士庶人時享」에서는 5열 진설법陳設法을 제시하고 있다. 신위로부터 제1열에는 잔, 제2열에는 밥・국・시저匙箸, 제3열에는 면・생선・적간炙肝・육肉・떡, 제4열에는 채소・식해食醢・포脯, 제5열에는 과일을 차린다. 『격몽요결擊蒙要訣』에서는 고비 각탁 5열을 기준으로 하는데, 제1열에는 시접・반・잔반・갱, 제2열에는 면・육・적・어・병, 제3열에는 다섯 종류의 탕, 제4열에는 포・숙채熟菜・청채靑菜・해・침채沈菜, 제5열에는 다섯 종류의 과일을 차리도록 하고 있다. 『상례비요喪禮備要』에서는 네 줄을 기본으로 고위와 비위를 각탁으로 진설하도록 하였다. 신위로부터 제1열에는 밥・잔반・시저・초・국을, 제2열에는 면식・육・적간・어・미식을, 제3열에는 포해脯醢・소채 각 2기씩을, 제4열에는 여섯 종류의 과일을 차리도록 제안하고 있다. 『사례편람四禮便覽』에서는 4열로 차리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제1열에는 반・잔반・시저・초접醋楪・갱, 제2열에는 면・육・적・어・병, 제3열에는 포・소蔬・장・침채・해・식혜食醯, 제4열에는 네 종류의 과일을 차리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예서의 규정과는 달리 실제 제사를 지내는 집안에서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경상북도 안동 농암聾巖 종가 불천위제사不遷位祭祀는 양위 합설을 원칙으로 여섯 줄로 차리도록 하였다. 제1열에는 시접・식혜・잔・반・갱・잔・반・갱, 제2열에는 국수・매자반(2)・도적편적・떡・편청䭏淸, 제3열에는 소탕・육탕・계탕・어탕・어탕, 제4열에는 배추・고사리・가지・청장・무・콩나물・도라지・김치, 제5열에는 귤・참외・수박, 제6열에는 밤・감・잣・호두・사과・배・대추・포의 순서로 차린다. 5열과 6열은 아마 공간이 모자라 겹친 것으로 이해된다. 율곡栗谷 종택의 상차림을 보면 공탁의 양위 합설이며 5줄의 좌우 대칭으로 차린다. 제1열에는 시접・반・잔・갱・초채醋菜, 제2열에는 면・육회・적・어회・떡, 제3열에는 육탕(2)・계탕・어탕・소탕, 제4열에는 포・시금치・간장・식혜・침채, 제5열에는 대추・밤・배・감・사과의 순서로 차린다. 『격몽요결』과도 다름을 알 수 있다. 학봉鶴峯선생 불천위제는 각탁 합설을 하며 각각 여섯 줄로 차린다. 제1열에는 메・잔반・시접・갱, 제2열에는 난탕・면・소금・간장・어탕・어탕・어탕・육탕, 제3열에는 간적・도적・편(䭏)・편청, 제4열에는 포・청채・호박잎・침채・숙채・식혜, 제5열에는 수박・참외・초・사과・약과・토마토, 제6열에는 대추・밤・호두・땅콩・산자・배・곶감의 순서로 차린다. 과일의 수가 많아 5열과 6열이 넘나든다. 학봉의 후손 서산西山 김흥락金興洛(1827~1899)의 『가제의家祭儀』에서 제시한 공탁 양위 합설은 물론 상차림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제1열에는 반・잔・갱・시저・반・잔・갱, 제2열에는 초미적접初味炙楪・이미탕二味湯・삼미탕三味湯・염・장・초미적접初味炙楪・이미탕二味湯・삼미탕三味湯, 제3열에는 육탕・어탕・어탕・육탕・어탕・어탕, 제4열에는 면・대육・대어・포탕泡湯・병餠, 제5열에는 좌반佐飯・소蔬・해醢・교채交菜・지혜旨醯・침채, 제6열에는 여섯 종류의 과일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진설의 원칙은 음양陰陽의 원리를 따르기도 한다. 예를 들면 『예기』에서는 하늘은 양이니 하늘에서 나는 것은 홀수이고, 땅은 음이니 땅에서 나는 것은 짝수이므로, 어육은 홀수, 과일과 채소는 짝수로 차리도록 하였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관행은 채소만 세 종류를 써서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자성어를 만들어 진설법을 기억하기 쉽도록 하였지만, 기준이 애매하여 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첫 번째로 신위의 위치에 관한 성어가 있다. 즉, 고위는 서쪽, 비위는 동쪽이라는 고서비동考西妣東이다. 두 번째는 과일의 진설법 관련 성어이다. 제상의 서쪽에서부터 대추, 밤, 배, 감의 순서로 차리는 조율이시棗栗梨柹와 붉은색 과일을 동쪽에 흰색 과일을 서쪽에 차리는 홍동백서紅東白西가 있다. 세 번째는 생선과 고기의 진설법 관련 성어이다. 포는 왼쪽에 젓갈은 오른쪽에 놓는다는 좌포우해左脯右醢이다. 그러나 이것은 종묘 속절제俗節祭의 진설법으로, 동쪽의 변籩에 담는 마른 제물을 가리키는 것이어서 일반 조상제사와는 반대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포를 서쪽에 차리는 서포동해西脯東醢이다. 또한 생선은 동쪽, 육류는 서쪽에 놓는 어동육서魚東肉西, 생선의 머리는 동쪽으로 꼬리는 서쪽으로 차리는 두동미서頭東尾西가 있으나 『의례儀禮』에서는 생선의 머리를 오른쪽(서쪽)으로 가도록 하여 차이가 있다. 네 번째는 밥과 국의 진설법 관련 성어이다. 밥은 왼쪽(동), 국은 오른쪽(서)에 차린다는 반서갱동飯西羹東과 우반좌갱右飯左羹이 있다. 『가례家禮』의 밥을 서쪽, 국을 동쪽에 차리는 규정과는 반대이다. 사계沙溪 김장생金長生(1548~1631)은 음식을 올릴 때는 왼쪽에 효殽, 오른쪽에 자胾를 놓고, 밥은 사람의 왼쪽에, 국은 사람의 오른쪽에 놓는다는 『예기』의 이론에 따라 『가례』가 잘못되었음을 지적하였다. 그 외에 날 음식은 동쪽에, 익힌 음식은 서쪽에 차리는 생동숙서生東熟西, 떡은 동쪽, 면은 서쪽이라는 병동면서餠東麵西, 마른 음식은 왼쪽, 젖은 음식은 오른쪽에 차리는 건좌습우乾左濕右 등이 전해진다.

그러나 이러한 사자성어는 좌우, 동서 등이 섞여 있어 혼란을 가중하고, 습관을 따른 것도 있어 문제가 있다. 예서에서는 의례를 행할 때 신위를 기준으로 방위와 위치를 설정하여 혼란을 방지하였다. 그러므로 화자의 위치에 따라 방향이 바뀌는 오른쪽과 왼쪽이라는 절대 위치 개념이 아니라, 상대적 방위 개념을 사용함으로써 혼란을 막을 수 있었다.

진설법은 일정한 원칙이 있으나 기억하기가 쉽지않다. 그래서 집안에 따라서 진설도陳設圖라는 그림을 제상에 펼쳐놓고 진설하기도 한다. 이 진설도는 오랜기간 사용할 수 있도록 유지油紙로 만들거나 두꺼운 장지壯紙로 만들어 기름을 먹이기도 한다.

지역사례

가가례家家禮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제물과 그 진설법이다. 우리나라에서 발간된 예서조차 진설법이 통일되지 않아 집안, 학파, 지역에 따라 다양한 진설법이 전해오고 있다. 예를 들면 퇴계退溪 이황李滉의 집안에서는 포를 가운데에 놓는 중포中脯, 농암 이현보李賢輔 집안에서는 좌포左脯(동쪽), 학봉 김성일金誠一 집안에서는 우포右脯(서쪽)를 써 차이가 있다. 탕의 위치, 과일의 위치와 숫자, 수저의 위치 등 지나치게 세부적인 부분까지 차이가 있어 지역적 사례를 모두 나열할 수 없을 정도이다.

특징 및 의의

진설법은 제사상에 올리는 제사 음식의 절제와 통일성을 위해 지극히 정제된 유형화의 산물이다. 지나치게 소략해서도 안 되지만, 지나치게 성대하게 차리는 것을 막기 위해 진설법이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 이처럼 진설법은 매우 합리적임에도 논란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제상을 보는 기준이 신위 중심임에도 봉사자의 입장에서 설명하다 보니 나타난 혼란이다. 진설의 기본 원칙이 예서에 규정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발간한 예서는 물론 집안, 지역, 학파에 따라 다양한 진설법이 전승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진설법은 말 그대로 가가례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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