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령
행사 일정

태조 고황제의 꿈

조선을 개국한 태조 고황제께서 아직 장군 시절일 때 일이다.

* 고황제: 고종황제가 황제에 즉위하며 태조를 '황제'로 칭하게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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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부패해 가는 고려왕조를 탄식하던 태조께서는 청운의 뜻을 품고 팔도강산을 두루 돌며 무예를 익히는가 하면 명산의 사찰을 찾아 나서기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태조께서는 깊을 산중을 헤메다 조그마하고 허름한 암자의 객실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습니다. 달빛은 창가로 비취고, 부엉이는 울고 ,산 골짝이의 흐리는 물은 크고 처량하게 들리고, 참으로 심란한 밤 이였지만 피곤함에 지쳐 금방 잠이 드시고 말았다.

 

그리고는 태조께서는 참으로 묘한 꿈을 몇 가지나 꾸었다.

 

이튿날 새벽 눈을 뜬 태조께서는 간밤 꿈자리가 어쩐지 석연치 않아 하나하나 꿈을 되새기며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도무지 무슨 뜻인지 알 길이 없었다.

 

"거참 이상한 일이로구나.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꿈을 하룻밤에 몇 가지나 꾸다니...왜 하필 내가 들어간 집이 다 허물어져 가는 집에 들어갔으며, 서까래를 무엇에 쓰겠다고 짊어지고 나왔는가?"


새벽녘 스님의 독경소리를 들으니 태조께서는 머리가 조금 맑아지는 것 같았다. 산 속의 새벽 공기를 가슴 깊이 마시며 골짜기의 물에 손발을 닦고 세수를 하고 암자로 돌아오는데 독경을 하던 젊은 스님이 골짜기로 세수를 하고자 내려오고 있었다.


" 스님! 하루 밤 신세 많이 졌소이다."

" 편히 주무셨습니까? 불편한 점이 많았을 것입니다."

" 어제 밤 괴이한 꿈을 꾸어 마음이 혼란스럽습니다.

 

태조께서는 꿈 해몽을 부탁하고 싶어 하루 밤 묵었던 객실로 스님을 모시고 가서 꿈 이야기를 하였다.


" ~~~"


스님은 자세를 바로 잡으며 태조를 바라보더니 무겁게 입을 떼기 시작한다.

" 불길한 징조입니까?"

" 소승이 귀중한 분을 알아보지 못해 송구스럽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태조께서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꿈 해몽을 해달라니 뚱딴지같은 소리만 하고 있으니 도무지 답답해 견딜 수 가 없었다.

 

" 스님. 무신 말씀을 그렇게 하오이까? 어제 신세도 많이 졌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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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부터 소승이 하는 이야기는 우리 둘만의 이야기로 해야 합니다. 만약 발설이 나면 우리 둘은 다 죽사옵니다."

" 걱정 마시오. 내 결코 발설하지 않겠소이다."

태조께서는 점점 더 이상한 말을 하니 답답해 견딜 수 가없어 스님의 말을 재촉했다.


"내 말을 잘 들으세요. 그 꿈은 아주 길몽입니다. 님이 마을에 들어갈 때 일제히 울어대던 마을의 닭 홰치는 소리가 '꼬끼오' 한 것은 '高貴位' 즉반드시 고귀한 자리에 오른다는 뜻이며, 동네 어귀에서 들리던 방아 찧는 소리는 그것을 축하하는 소리입니다. 또한 헌집에 들어가 문고리를 당기니 집이 허물어졌다는 것은 님께서 고려를 쓰러트렸다는 뜻이며, 그 허물어진 집의 서까래 세 개를 짊어지고 나오셨다는 건 임금 왕()자이니 새로운 임금이 되신다는 것입니다."

 

스님의 말을 들은 태조는 흥분된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태조께서는 어느새 상기된 얼굴에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스님, 그럼 꽃이 떨어진 것을 무엇을 의미합니까? 왕이 되려다 목숨을 잃는 다는 뜻인지요?"

 

스님은 말없이 시 한 수를 적어 내놓았다.

"花落能成寶 鏡破豈無聲 꽃이 떨어졌으니 열매가 맺힐 것이요,"


태조 고황제의 꿈 이야기는 또 있다.


고려 말의 어느 날, 테조가 꿈속에서 양을 잡으려고 하는데, 양의 뿔과 꼬리가 떨어져 나가는 바람에 놀라서 꿈을 깼다. 괴이하게 생각한 이성계는 무학(無學)을 찾아가 꿈 이야기를 했다. 무학은 크게 기뻐하면서 왕이 될 것이라고 해몽했다. 한자의 에서 뿔에 해당하는 “ '' ”와 꼬리에 해당하는 “|”이 떨어져 나가니 ”(임금 왕)"자만 남게 된다고 하였다.


사실 태조 고황제의 꿈 이야기는 설화(說話)처럼 꾸며진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임금이란 한나라를 다스릴 지엄하고 고귀하며 신비스러워야 하기에 설화도 생기고, 임금님의 행차하는 어느 그림에서도 임금과 세자의 모습은 그려지지 않는다. 그만큼 신비의 대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유화는 햇빛을 받고 임신하여 알 하나를 낳았고 그 알에서 남아(男兒)가 나와 성장하니 고구려의 시조 동명왕(주몽)이였다고 '삼국사기'에 기록되어 있으며,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도 박만한 알에서 태어났다하여 성을 박()이라 하였다는 설화에 비교하면 조선 태조의 꿈 이야기는 사실일 수 도 있다.

 

사실이든 설화든 태조 고황제의 활 솜씨와 꿈에 대한 이야기는 어릴적 우리에게 꿈을 심어준 이야기였던 건 사실이다.


/虛堂의 허당 같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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