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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虛堂같은 이야기]막걸리 대학의 변신

  • 이기문
  • 2019-09-04 11:26:42
  • 조회 49
  • 추천 0

성적으로 방탕한 여인과 춤과 연애바람이 난 교수부인... 친구이면서 일을 하여 돈도 벌고 가정을 떠나 춤과 연애를 즐기는 공통점을 가진 여자를 등장시킨 정비석의 <자유부인>은 “중공군 40만명에 해당하는 무서운 소설”이라는 비판과 함께 여성단체들로부터 여성 모독죄로 고발당했고,  “돈 50원이 생기면 서울대생들은 노트를 사고, 고대생들은 막걸리를 마시고, 연대생들은 구두를 닦는다”라고 어느 연제 소설에 써서 연대생들로부터 격렬한 항의를 받았었다. 그러나 그 모든 비판에 정비석의 필명이 땅바닥에 떨어지기는커녕 더욱 더 높아지기만 했다. 정비석은 은근히 센세이셔널리즘을 노렸는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정비석의 세상 보는 눈은 꽤나 날카로운 것이었다. 그 이유는 전업 작가로 나서기 전 신문기자나 신문사에 근무를 하면서 사회의 구석구석을 세밀하게 들여다봤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거의 술을 마시지 않거나 좋아하지 않는 아들놈이 술 냄새가 조금 나길 래 “ 요즈음 대학생들은 주로 어떤 술을 마시냐?” 했더니 주로 소주를 마시거나 여자 친구와는 와인을 마시는 경우도 있다 한다. 요즈음은 서울대나 연고대의 수능 차이가 문제 한 두개 틀리는 실력차이 뿐이 안 나긴 하지만, 연대생들이 정비석을 성토할 때 히죽 웃고 말았던 고려대생들도 요즈음은 막걸리를 별로 안 마신다는 사실에는 동의하리라 믿는다. 아니 모든 대학가가 이젠 서구 도시의 대학가 처럼 현대식 서양식 분위기로 바뀌어 막걸리 파는 주점이 없어 진것도 한몪 했으라라.


기독교계의 연세대에는 주로 깔끔한 도시출신들이 지원했던 반면 ‘민족 고대’을 자임해온 고려대에는 텁텁한 시골출신들이 몰려들었고, 공부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드는 서울대생들과는 달리 의리나 대인관계를 중시했으며, 주변에 싸구려 막걸리집이 즐비하여 가난한 농부의 아들과 도시 서민이 격의 없이 어울릴 수 있는 ‘막걸리 대학교’였다.


마셔도 사나이답게 막걸리를 마시자/ 맥주는 싱거우니 신촌골로 돌려라/ 부어라 마셔라 막걸리 취하도록/ 너도 먹고 나도 먹고 다함께 마시자/ 고려대학교 막걸리 대학교...축제 때나 고연전때 신발 두드리며 <막걸리 찬가>를 불러보지 않은 학생은 고대생이 아니었다. 고대출신 친구가 하나도 없어 같이 술 마셔 본적은 없지만 고려대에 유달리 정치 지향의 데모꾼들이 많았던 것도 그런 분위기 때문이었는데 이의를 달지 못한다.


그러나 모두 옛날이야기다. 정비석이 < 자유부인>에서 대학교수 부인의 치맛자락을 들춘 후 <별들의 고향> <깊고 푸른 밤> <겨울 나그네> <바보들의 행진>에서 최인호가 여대생의 스커트를 벗겼고 <아담이 눈뜰 때> <너에게 나를 보낸다> <내게 거짓말을 해봐>에서 장정일이 고3 여학생의 팬티를 찢어버린 데서 보듯 세상은 무지막지하게(?) 변했다.


가난한 집안 수재들이 몰렸던 서울대에 과외 많이 받은 서울 강남의 부잣집 자녀들이 몰리고 멋쟁이 샌님 대학 연세대 노천운동장에는 데모꾼들의 메카로 변한 반면 순박한 촌놈들 우글거리던 고려대는 세계화를 부르짖고 있으며 데모꾼들이 발을 못 붙이고 있다.


‘조국을 위해 조국을 등진다’는 파격적인 슬로건을 네걸고 총장이 직접 나서서 세계 유수 대학들과의 교류협정을 체결하고 30%이상을 영어로 강의를 한다고 들었다. 지금은 퇴직 했지만 얼마 전 고대에서 교수 짓거리 하는 친구를 만나러 고대에 가보니 새로 들어선 교내 타이거플라자 앞에 스타벅스에서 각종 웨스턴 스타일의 음식점이 입주하였으며 분위기 자체가 호텔로비로 착각할 정도로 잘 꾸며져 있었고 오래전 100주년 기념식에선 '와인'으로 선물을 대신했다 한다. 타계한 정비석이 무덤 속에서 '막걸리 대학'에서 '와인'대학으로 변신한 고대생들을 다시 평한다면 예전과는 딴판일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불변은 없다. 그리고 변화 수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핑핑 돌아가는 세상의 변화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 결국은 낙오되고 만다는 것을 ‘막걸리대학’을 보면서 실감한다.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대한민국의 노동 운동과 정치권 그리고 시민단체들이다. 왜 변하지 않는가? 100년이 넘은 막걸리 대학도 변하는데 ...조국 사태를 보면서 하는 말이다.


/虛堂의 허당 같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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